나는 직장 일을 십년 넘게 하다가 육아로 집에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쉬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집안일을 한다는 것은 힘은 엄청 들고, 보상이 전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존재는 작아지고 먼지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집안 일은 직장 일처럼 누군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침서도 없었다. 내가 몸으로 부딪혀 해 보고 아니면 다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그리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나서 듣는 소리는 별로라거나 그저그렇다는 말들이었다. 우리가 걸음을 배울 때 서툰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어제보다 나아지면 칭찬해 준다. 마찬가지도 집안일도 배우면서 익혀갈 시간이 필요하므로 서툰 모습을 인정해주고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칭찬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 대한 기대치가 꽤 높은 것 같다. 어디서도 배운 적 없는 살림을 한 순간에 잘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서툰 시간, 배워가는 시간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자기 위로와 칭찬이 매우 중요하다. 자기 위로와 칭찬은 집안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한 가지 일을 마칠 때마다 해주면 좋다. 밥을 짓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간은 식사를 해야 생명을 유지한다. 또한 식사를 통해 정신적 허기를 채우기도 한다. 곡식 한 알 한 알이 내 세포가 된다. 즉, 밥은 내가 되고, 소중한 가족이 된다. 그런 밥을 짓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고 아름답다. 밥을 하고 나서 주걱으로 뒤적여 줄 때, 그 밥을 지은 나를 칭찬하자. 윤기나는 밥을 잠시 바라보며 칭찬하자. "잘했어요. 우리 몸을 채워줄 밥을 만들었네요. 수고하셨어요." 그러면 마음이 대답하는 것 같다. "알아줘서 고마워요." 하고 말이다.
내가 만든 음식이 항상 맛있을 순 없다. 가족들은 솔직하게 짜다, 달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이것을 만들며 들인 공을 말이다. 그러니 나에게 말해주자. 그 음식 재료를 씻고, 썰고, 다듬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자. 서툴지만 노력하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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