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면 나를 다 잃어버린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나는 딸 하나라 놀이를 해달라거나 먹고 싶은 걸 해 달라고 하면 거의 해 주는 편이었다.
아이가 한끼에 짜장 떡볶이와 카레를 다 먹고 싶어하면 두 개 다 해줬다. 아이가 역할 놀이를 하자고 해도, 그림을 그리자 해도 같이 했다. 그런데 그런 걸 하고 있노라면 내 안에서 슬그머니 슬픔이 고개를 내민다. 내 안의 나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육아는 1달도 아니고 1년도 아니고 10년 이상 해야 하는 장기전이다. 그런데 7년동안 나는 아이에게 맞추느라 지쳐버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착한 엄마, 좋은 엄마라는 단어에 묶여 너무 힘들게 살았다. 지친 나는 아이에게 자꾸 짜증이 났다. 그런 내가 싫고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육아를 하더라도 자기 삶을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중에 각자의 삶을 살 게 될 것이므로 그것을 목표로 엄마도, 아이도 준비해야 한다. 외동이라고 대부분의 것들을 들어주다보면 어떻게 될까? 자기에게 맞춰주고 거의 자기 마음대로 되던 세상이, 진짜 사회에 나가면 그렇지 않으니 아이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럼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엄마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하기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자. 아이의 부탁에 정말 할 수 있나? 무리한 부탁인가? 하고 먼저 생각해보자.
내 딸은 갑작스런 엄마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그동안 엄마가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해주다보니 엄마가 많이 지쳤어. 그리고 엄마도 엄마가 하고 싶은 게 있어. 그러니 같이 다른 걸 하면서 놀자. 둘이 좋아하는 게 나오면 같이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전처럼 엄마가 놀아주긴 힘들어. "
아이는 그래도 자꾸 놀자고 하고 자기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화를 냈다. 나중엔 자주 나쁜 엄마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 차라리 나쁜 엄마 할래. 나도 하고 싶은 게 있단다. 그래도 언제나 널 사랑해.
'육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성장 과정-요니21 (0) | 2023.01.03 |
---|---|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언스크립티드-요니21 (0) | 2022.12.26 |
유치원 등원거부 7세 아이 달래기-요니21 (0) | 2022.12.19 |
쉽게 만들 수 있는 7세 아이 간식-요니21 (0) | 2022.12.18 |
어른도 아이도 재미있는 7세 책 추천-요니21 (0) | 202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