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유치원 등원 거부하는 7세 아이와 대화-요니21

요니21 2022. 12. 16. 23:04

아이가 집에서 같이 놀다가 유치원을 떠올리며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하면서 울상을 짓습니다. 

이럴 때면 너무 당황스럽고 답답합니다. 왜 이렇게 유치원 다니기가 어려운 걸까요? 혹시 유치원 선생님이 힘들게 하는 걸까요?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든 걸까요? 엄마랑 떨어지면 많이 불안한 걸까요? 이제 2달 뒤면 초등학생인데 학교도 안 간다고 하면 어쩌지, 하며 온갖 걱정이 듭니다. 

아이가 유치원 등원거부를 하면 화도 나고 걱정도 됩니다. 이럴 때는 화도 걱정도 뒤로 한채 아이에게 말을 해야 한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엄마가 되면 자기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ㅜㅜ)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 차분히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아이가 유치원 등원거부를 하면 달래도 보고 설득도 해 보았습니다. 아이가 울다가 어린이집에 왜 가야해라고 물으면 딱히 뭐라고 대답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치원은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설명은 없이 어린이집, 유치원은 꼭 가야 하는 거야 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보내곤 했습니다. 

이후 맘카페에 유치원에 안 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해 보았습니다. 제 질문에 올라온 대답은

  • 아이가 유치원에 안 가면 엄마가 경찰관에게 끌려간다고 해 보세요.
  • 어른은 회사를 다니듯 꼭 다녀야 하는 거라고 해 보세요.

그동안 아이에게 유치원은 꼭 다녀야 해라고 말하면서 그냥  보냈고, 스스로도  '유치원에 꼭 가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던지라 유치원을 가야 하는 구체적 이유가 꼭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안 가면 엄마가 경찰관에게 끌려 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것을 들킬 수가 있고, 거짓말이라는 걸 아이가 알게 되면 양육자로서 권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후 아이는 엄마 말을 안 믿고 듣지 않게 될 것입니다. 또 어른은 회사에 다니듯 꼭 다녀야 하는 거야라고 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아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야 하는 이유

  •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친구와 노는 법을 배운다.
  • 또 선생님과 같은 어른과의 소통법도 배운다
  • 아이는 그 나이에 맞는 교육, 보육 환경을 제공 받을 권리를 지닌다. 
  •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도 배운다. (요즘은 학교 가기 전에 한글도 다 쓰고 숫자도 알아야 하니까요.)
  • 매일 유치원에 가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 우리가 뭔가를 이루려할 때 꾸준히 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니 말이다. 
  • 또한 실수를 했을 때, 모르는 것이 있을 때, 혼났을 때, 다양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배울 수 있다. 
  • 엄마, 양육자 혼자하는 육아를 나눠서 할 수 있다. 엄마는 집안일 할 시간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 해 보니 아이를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됩니다. 

언젠가 아이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것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직장동료의 말을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아이가 힘들어하면 유치원을 쉬기도 했는데, 아이는 성장 시기에 맞는 교육, 보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후 부모로서 아이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유치원, 학교에 잘 보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후 아이가 기분 좋을 때 유치원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와 대화법

엄마: 어린이집에 가면 엄마가 보고 싶을 수 있지. 근데 유치원에 보내는 건 부모가 해야 되는 일이래. 네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배워야 하는데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건 부모로서 자격이 부족한 거래. 학교에 가기 전에 한글과 숫자도 배워야 한데 친구들은 다 아는데 너만 몰라도 괜찮을까? 

아이: 아니...

엄마: 그래,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유치원 갔다 오면 엄마랑 유치원에서 재미있었던 일도 이야기 하고 놀자. 

 

제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와 대화하니 훨씬 자신감있고 밝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도 예상외로 알겠다고 수긍했습니다. 물론 다시 유치원 등원거부는 다시 있지만 저의 바뀐 태도에 아이도 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내야 한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고, 이후 아이에게 유치원에 가야한다는 걸 분명히 말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제가 생각해 보았던 유치원에 가야 하는 이유를 유치원 등원거부 할 때마다 다양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도 전보다는 유치원은 꼭 가야 하는 곳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일로 저는 육아를 하다 막힐 때는 주변에 조언도 구해보고, 책도 본 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관을 세운 뒤에 행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